드럼세탁기 통돌이 세척력 차이, 오래된 시험과 최근 측정값을 비교했습니다

세탁기를 고를 때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빨래는 통돌이가 잘 빤다.” 드럼은 물이 위에서 떨어지는 힘으로만 빨아서 한계가 있고, 통돌이는 빨래끼리 직접 비벼지니까 세척력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 2026년 9월 21일 기준으로 확인해 쓴 글입니다.

저도 오래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럼세탁기 통돌이 세척력 차이를 실제로 측정한 자료들을 찾아보니 결과가 정반대였습니다. 그것도 최근 개인 실험에서는 두 배 안팎으로 벌어졌습니다.

왜 이런 오해가 굳어졌는지, 지금 수치는 어떤지 자료를 하나씩 놓고 정리했습니다.

LG 드럼세탁기 F19WDWP 실제 설치 모습
우리 집 드럼세탁기입니다. 위에는 건조기를 올렸습니다.

통돌이가 더 잘 빤다는 말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한국소비자보호원이 1999년에 드럼세탁기와 일반세탁기(통돌이)를 비교한 시험 결과를 냈습니다. 국내에 드럼이 막 들어오던 때입니다. 5개월 동안 8대를 시험했고, 결론이 이랬습니다.

“드럼세탁기가 구조적으로 특별히 세탁이 잘 된다는 평가는 할 수 없음.”

드럼을 60℃로 돌렸을 때 성능이 통돌이를 30℃로 돌린 것과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물을 데워서 그 정도였으니, 냉수로 돌리면 통돌이 쪽이 낫다는 말이 나올 만했습니다.

전기도 문제였습니다. 같은 시험에서 드럼의 전기 사용량이 통돌이의 약 9배로 나왔습니다. 드럼은 물을 데우는 히터가 들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세탁 시간도 두 시간이 넘는 모델이 있었고, 가격은 국산 통돌이의 두세 배였습니다.

비싸고, 느리고, 전기 먹고, 세척력은 비슷하다. 그때 드럼은 이런 기계였습니다. “통돌이가 낫다”는 말은 이 시절에 만들어진 판단입니다.

2012년 논문에서 이미 뒤집혔습니다

그 뒤로 13년이 지난 2012년, 한양대학교 의류학과에서 세탁기 종류에 따른 세탁성을 측정한 석사논문이 나왔습니다. 세제와 오염 종류를 바꿔가며 드럼식과 와류식(통돌이)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세탁성은 드럼식이 거의 모든 세제와 오염포에서 통돌이보다 현저하게 우수했고, 헹굼성은 반대로 통돌이가 조금 나았습니다.

세척력 자체는 이미 드럼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런 논문을 찾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커뮤니티에서는 계속 옛날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2026년 실험은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최근 유튜브 채널 「귀곰」이 이 논쟁을 확인하려고 직접 실험을 했습니다. 변인을 줄이려고 같은 LG 브랜드, 같은 25kg 용량으로 통돌이를 새로 사서 드럼과 나란히 돌렸습니다.

실험 조건은 이렇습니다.

  • 둘 다 냉수, 둘 다 표준 코스
  • 세제는 세탁물 양이 아니라 물 양에 맞춘 제조사 권장량
  • 국제 표준 오염포(핑크 얼룩, 흑먼지) 각각 두 장씩
  • 함께 넣은 티셔츠 각 11장, 약 2kg
  • 총 세탁시간은 통돌이 1시간 5분, 드럼 43분

빨래를 다 꺼낸 뒤 색차계로 얼마나 하얘졌는지 쟀습니다. 오염 제거율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측정 항목 통돌이 드럼
핑크 오염포 (오염포만) 47.12% 97.75%
흑먼지 오염포 (오염포만) 8.09% 18.44%
핑크 오염포 (티셔츠 함께) 28.7% 67.16%
흑먼지 오염포 (티셔츠 함께) 7.1% 10.3%

전부 드럼이 두 배 안팎으로 앞섰습니다. 빨래를 많이 넣으면 빨래끼리 비벼져서 통돌이가 유리할 거라고 봤는데, 티셔츠를 11장씩 넣은 뒤에도 순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통돌이 세탁 시간을 드럼의 두 배 가까이 늘려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실험은 개인이 제품 한 쌍으로 측정한 것이라 모든 제품에 그대로 적용되는 수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험자도 그 점을 인정하면서, 국내 가전 제조사 두 곳 이상에 자체 세척 데이터를 문의해 교차검증했고 드럼의 세척력이 우위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논문과도 방향이 같습니다.

LG 통돌이 세탁기 14kg
비교 대상인 통돌이 세탁기입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편차입니다

같은 세탁기에 오염포를 두 장씩 넣었는데, 두 장의 결과가 서로 얼마나 차이 나는지도 쟀습니다. 이게 실제 빨래에서는 더 와닿는 수치입니다.

통돌이는 세척 편차가 평균 8%, 드럼은 2%였습니다. 네 배 차이입니다.

통돌이는 물이 세로로 채워지다 보니 위에 뜬 빨래와 아래 가라앉은 빨래가 다르게 빨립니다. 한 통 돌렸는데 어떤 옷은 깨끗하고 어떤 옷은 얼룩이 남는 경험, 여기서 나옵니다.

물은 절반, 전기는 생각과 다릅니다

물 사용량은 1999년 시험에서도 이미 드럼이 적었습니다. 세탁물 1kg을 빨 때 드럼 23리터, 통돌이 43리터를 썼습니다. 절반 수준입니다.

2020년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드럼세탁기 5종을 시험했을 때는 40℃ 표준코스에서 한 번에 73~105리터를 썼습니다. 제품마다 최대 1.4배 차이가 났습니다.

전기는 조금 헷갈립니다. 제품 사양에 적힌 소비전력을 보면 드럼이 훨씬 커 보입니다. LG 공식 사양에서 같은 용량끼리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구분 모델 용량 소비전력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드럼 FX25WSQR 25kg 2,200W 1등급
통돌이 T25OZ0 25kg 500W 2등급
드럼 FG21WNR 21kg 2,100W 1등급
통돌이 T21GZ9 21kg 500W 2등급

소비전력만 보면 드럼이 네 배입니다. 그런데 정부에 신고하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드럼이 1등급, 통돌이가 2등급입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용량인데 순서가 뒤집힙니다.

소비전력에 적힌 숫자는 물을 데우는 히터가 돌아갈 때의 순간 최대값이기 때문입니다. 냉수로 돌리면 그 히터를 쓰지 않습니다. 2021년 소비자원 시험에서도 40℃ 코스의 평균 소비전력량은 401Wh, 냉수 코스는 91Wh로 4.4배 차이가 났습니다. 오염이 심하지 않은 빨래를 냉수로 돌리면 전기 걱정은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도 통돌이가 나은 경우

드럼이 모든 면에서 낫다는 말은 아닙니다. 통돌이가 확실히 편한 자리가 있습니다.

  • 설치 공간 — 드럼은 문이 앞으로 열려서 앞쪽 공간이 필요합니다. 좁은 다용도실에는 통돌이만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 빨래 추가 — 돌리는 중에 양말 한 짝을 던져 넣기는 통돌이가 낫습니다.
  • 가격 — 같은 용량이면 통돌이가 훨씬 쌉니다.
  • 헹굼 — 2012년 논문에서 헹굼성은 통돌이가 조금 나았습니다. 세제 잔여물이 신경 쓰인다면 헹굼 횟수를 늘리는 쪽으로 쓰면 됩니다.

세탁 시간은 예전 이야기와 달라졌습니다. 앞의 실험에서 표준 코스 기준으로 드럼이 43분, 통돌이가 1시간 5분이었습니다. 드럼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히터로 물을 데우던 시절의 인상입니다.

정리하면

통돌이가 더 잘 빤다는 말은 드럼이 국내에 막 들어오던 1990년대 자료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그때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지금 수치는 이렇습니다.

  • 세척력은 드럼이 두 배 안팎 앞섰습니다(2012년 논문, 2026년 실험, 제조사 자체 데이터)
  • 세척 편차는 드럼 2%, 통돌이 8%로 드럼이 고르게 빨립니다
  • 물은 드럼이 절반 수준입니다
  •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같은 용량에서 드럼이 1등급, 통돌이가 2등급입니다

그러니 드럼을 놓을 공간이 되는데 세척력 때문에 통돌이를 고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공간이 안 나오거나 예산을 아껴야 한다면 통돌이도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일상적인 빨래 수준에서는 두 기계 모두 문제없이 빨립니다.

세탁기를 새로 들일 때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시면 전기세 계산기로 본 한달 평균 글에서 구간별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수도요금이 신경 쓰이신다면 수도요금 계산기 글도 같이 보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드럼세탁기가 통돌이보다 정말 더 잘 빠나요?
A. 2012년 한양대 석사논문과 2026년 개인 실험에서는 드럼이 앞섰고, 1999년 한국소비자보호원 시험에서는 드럼이 구조적으로 특별히 낫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시험 시점과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Q. 드럼세탁기는 전기요금이 더 많이 나오나요?
A. 제품 사양의 소비전력은 드럼이 더 크지만(예: 25kg 기준 2,200W 대 500W),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같은 용량에서 드럼 1등급, 통돌이 2등급이었습니다. 소비전력은 물을 데울 때의 순간 최대값이라 냉수 코스에서는 차이가 줄어듭니다.

Q. 통돌이가 더 나은 경우는 언제인가요?
A. 설치 공간이 좁을 때, 세탁 중에 빨래를 추가로 넣고 싶을 때, 같은 용량에서 가격을 아끼고 싶을 때입니다. 2012년 논문에서는 헹굼성도 통돌이가 조금 나았습니다.

Q. 드럼은 세탁 시간이 더 오래 걸리나요?
A. 앞의 실험의 표준 코스 기준으로 드럼이 43분, 통돌이가 1시간 5분이었습니다. 물을 데우던 예전 인상과는 다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