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의 세척력을 자료로 비교한 글을 썼습니다. 결론은 드럼 쪽이 두 배 가까이 잘 빤다는 것이었습니다.
※ 2026년 9월 24일 기준으로 확인해 쓴 글입니다.
그런데 그 글에서 안 다룬 것이 하나 있습니다. 탈수입니다. 세척력에서는 드럼이 이겼는데, 살면서 불편한 건 오히려 이쪽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이불을 돌립니다. 덮는 것과 까는 것을 같이 넣는데, 둘을 함께 넣으면 탈수가 안 됩니다. 통돌이를 쓸 때는 두 개도 됐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불은 한 개만 넣으면 쏠리니까 두 개를 넣어야 균형이 맞는다”는 말이 돌더군요. 제 경험과 정반대였습니다. 그래서 조합을 바꿔가며 해봤고,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조합을 바꿔가며 해봤습니다
몇 주에 걸쳐 나온 결과입니다.
| 넣은 것 | 탈수 |
|---|---|
| 얇은 것 + 얇은 것 | 됩니다 |
| 두꺼운 것 + 얇은 것 | 거의 안 됩니다 |
| 두꺼운 것 + 두꺼운 것 | 거의 안 됩니다 |
| 두꺼운 것 하나만 | 되긴 하는데 빨래를 펴줘야 합니다 |
여기서 답이 나옵니다. 개수가 기준이 아닙니다. 두 개라도 얇으면 되고, 하나라도 두꺼우면 손이 갑니다.
“두 개를 넣어야 균형이 맞는다”가 아니라
부피가 한도를 넘으면 안 됩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개수 기준으로 알고 있으면 두꺼운 이불 두 개를 넣고 왜 안 되는지 계속 헤매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드럼세탁기 이불 탈수가 안 되는 이유
제조사 설명을 찾아보니 구조 문제였습니다. 고장이 아닙니다.
드럼세탁기는 탈수를 시작하기 전에 통을 천천히 돌려 빨래가 고르게 퍼져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그대로 속도를 올리지 않고, 균형을 맞추려고 계속 돌립니다.
LG와 삼성 모두 같은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이불처럼 무거운 빨래는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립니다
- 쏠린 채로 고속 회전하면 진동과 소음이 커지므로, 안전장치가 탈수를 멈춥니다
- 그래서 탈수 시간이 길어지고 물기가 더 남습니다
물을 머금은 이불은 특히 심합니다. 마른 상태에서는 가벼워 보여도 물을 먹으면 무게가 몇 배로 늘고, 그게 한 덩어리로 뭉쳐서 드럼 한쪽에 붙어버립니다.
무한 탈수는 고장이 아닙니다
검색해보면 「드럼세탁기 무한 탈수」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탈수가 끝나지 않고 계속 도는 증상입니다. 남은 시간이 줄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위에서 말한 그 동작입니다. 세탁기가 균형을 못 잡아서 다시 풀고 다시 돌리기를 반복하는 중입니다. 기계가 망가진 게 아니라 정해진 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은 시간이 안 줄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드럼세탁기의 남은 시간은 예상치라서, 균형 잡기를 반복하면 그만큼 뒤로 밀립니다.
그러니 무한 탈수가 돌 때 할 일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문을 열고 이불을 펴주는 것입니다.
통돌이는 왜 두 개도 됐을까
같은 이불인데 통돌이에서는 됐던 이유는 축의 방향에 있습니다.
| 통돌이 | 드럼 | |
|---|---|---|
| 회전축 | 세로 | 가로 |
| 빨래가 쏠리면 | 바닥에 퍼져 눌림 | 한쪽 벽에 뭉쳐 붙음 |
| 편심이 생겼을 때 | 흔들림이 덜함 | 통째로 크게 흔들림 |
통돌이는 세로로 서 있어서 빨래가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무게가 바닥에 퍼지니 한쪽으로 쏠려도 회전에 덜 영향을 줍니다.
드럼은 가로로 누워 있습니다. 젖은 이불이 한쪽 벽에 붙으면 그게 그대로 바퀴에 추를 하나 단 꼴이 됩니다. 빠르게 돌수록 흔들림이 커지니 기계가 못 돌리는 게 맞습니다.
세척력은 드럼이 낫다는 게 앞선 글의 결론이었는데, 탈수의 편의는 통돌이 쪽이 낫습니다. 하나가 다 이기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이불 코스로 바꾸면 되나요
제조사는 이불은 이불 코스로 돌리라고 안내합니다. 이불 코스는 탈수 회전수를 낮춰서, 균형이 덜 맞아도 돌아가게 해줍니다. 회전이 느리면 쏠림의 영향이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불 코스로 할 때와 표준으로 할 때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둘 다 써봤는데 안 되는 조합은 코스를 바꿔도 안 됐습니다.
왜 그런지는 위의 표를 보면 설명이 됩니다. 코스는 회전수를 낮춰줄 뿐, 부피를 줄여주지는 않습니다. 드럼 안이 이미 꽉 차서 이불이 뭉쳐 있으면 천천히 돌려도 균형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이렇습니다. 코스를 바꾸기 전에 양을 줄이는 게 먼저입니다.
따로 두 번 돌리면 얼마나 더 드나
결국 두꺼운 이불은 하나씩 따로 돌리게 됩니다. 그러면 한 번이 두 번이 되는데, 이게 얼마나 손해인지 따져봤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불을 돌리니 한 달에 네 번이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 늘어나는 것 | 한 달 | 돈으로 |
|---|---|---|
| 전기 | 약 0.9kWh | 110~280원 |
| 물 | 약 290~420리터 | 360~520원 |
| 합계 | 월 500~800원 | |
1년으로 쳐도 6천원에서 9천원 남짓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계산에 쓴 값은 이렇습니다. 전기는 한국소비자원 시험에서 LG전자 대용량 드럼이 표준코스(40℃, 3.6kg)로 낸 1회 224Wh를 썼고, 물은 2020년 12월 한국소비자원이 드럼세탁기 5종을 40℃ 표준코스로 시험했을 때 나온 1회 73~105리터를 썼습니다. 전기요금은 누진 1단계 120원부터 3단계 307.3원까지, 수도요금은 상수도·하수도·물이용부담금을 합쳐 ㎥당 1,230원으로 잡았습니다.
두 가지 단서를 답니다. 이불은 표준코스보다 물과 시간이 더 듭니다. 위 숫자는 표준코스 시험값이라 실제로는 조금 더 나옵니다. 그리고 전기요금은 누진이라 그 집이 몇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같은 0.9kWh라도 1단계 집과 3단계 집이 2.5배 넘게 차이 납니다. 이 구조는 에어컨 전기요금을 누진까지 넣어 계산한 글에서 자세히 다뤘고, 물값은 수도요금 계산기에 우리 집 사용량을 넣어보시면 됩니다.
진짜 비용은 돈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숫자를 내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따로 두 번 돌리는 게 아까운 이유는 요금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에 500원이면 아깝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진짜 부담은 이쪽입니다.
- 한 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이불 코스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그동안 세탁기를 못 씁니다
- 중간에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가 끝나야 두 번째를 넣을 수 있으니, 외출했다 오면 반나절이 그냥 갑니다
- 두꺼운 것 하나만 넣어도 펴줘야 합니다. 넣고 끝이 아니라, 통 안에서 뭉친 걸 손으로 펴 놓아야 탈수가 붙습니다
통돌이를 쓸 때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넣고 돌리면 끝이었습니다. 세척력을 얻은 대신 손이 가는 걸 얻은 셈입니다.
덧붙이면, 탈수가 덜 된 이불은 뒤에도 영향을 줍니다. 물기가 많이 남은 채로 건조기에 넣으면 건조기가 그만큼 오래 돕니다. 세탁기에서 아낀 듯 보여도 건조기 쪽에서 더 나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합니다
몇 주 해보고 자리 잡은 방식입니다.
얇은 이불은 두 개까지 같이 돌립니다. 여름 홑이불처럼 얇은 것끼리는 둘을 넣어도 탈수가 붙습니다.
두꺼운 것이 하나라도 끼면 따로 돌립니다. 두꺼운 것 + 얇은 것 조합도 안 되니, 여기서 욕심내지 않습니다. 한 번에 끝내려다 무한 탈수로 한 시간을 더 쓰는 것보다 낫습니다.
넣을 때 드럼 안에 고르게 펴 놓습니다. 뭉쳐서 넣으면 물을 먹고 그대로 굳습니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탈수가 붙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탈수가 길어지면 문을 열고 펴 줍니다. 기다리면 알아서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한 번 손대는 게 제일 빠릅니다.
정리하면
- 기준은 개수가 아니라 부피입니다. “두 개 넣어야 균형이 맞는다”는 말은 두꺼운 이불에는 안 맞습니다
- 무한 탈수는 고장이 아닙니다. 균형을 못 잡아 다시 시도하는 중입니다. 문을 열고 펴 주세요
- 이불 코스는 회전수를 낮출 뿐 부피를 줄이지는 못합니다. 코스를 바꾸기 전에 양을 줄이세요
- 따로 두 번 돌려도 돈은 월 500~800원입니다. 아까운 건 요금이 아니라 시간과 손입니다
세척력은 드럼이 낫고 탈수의 편의는 통돌이가 낫다는 게, 두 편을 쓰고 나서 얻은 결론입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잃는 게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드럼세탁기에 이불을 두 개 넣으면 탈수가 더 잘 되나요?
A. 제가 몇 주 해본 결과 기준은 개수가 아니라 부피였습니다. 얇은 것 두 개는 탈수가 되고, 두꺼운 것과 얇은 것 또는 두꺼운 것 두 개는 거의 안 됐으며, 두꺼운 것 하나만 넣으면 빨래를 펴줘야 탈수가 됐습니다.
Q. 드럼세탁기 무한 탈수는 고장인가요?
A. 저는 고장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탈수 전에 빨래가 고르게 퍼졌는지 확인해 한쪽으로 쏠려 있으면 속도를 올리지 않고 균형을 맞추려고 계속 돌리는 정상 동작이며, LG와 삼성 모두 같은 취지로 안내합니다. 이럴 때는 문을 열고 이불을 펴주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Q. 이불 코스로 바꾸면 탈수가 해결되나요?
A. 저는 이불 코스와 표준 코스에서 큰 차이를 못 느꼈고, 안 되는 조합은 코스를 바꿔도 안 됐습니다. 이불 코스는 탈수 회전수만 낮출 뿐 부피를 줄여주지 못하므로 코스를 바꾸기 전에 양을 줄이는 것이 먼저라고 정리합니다.
Q. 이불을 따로 두 번 돌리면 전기와 물이 얼마나 더 드나요?
A. 일주일에 한 번 이불을 돌리면 한 달에 네 번이 더 늘어, 전기 약 0.9kWh(110~280원)와 물 약 290~420리터(360~520원)로 합쳐 월 500~800원, 1년이면 6천원에서 9천원 남짓입니다. 표준코스 시험값으로 계산해서 이불 코스에서는 실제로 조금 더 나올 수 있다고 단서를 답니다.
참고 자료
- LG전자 고객지원 — 탈수가 오래 걸리고 안 돼요
- 삼성전자서비스 — 드럼 세탁기 불균형 조치 방법
- LG전자 — 세탁기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 확인 방법
- 한국소비자원 — [비교공감 제2020-20호] 드럼세탁기 — 드럼세탁기 5종의 40℃ 표준코스 소비전력량(224~626Wh)·물 사용량(73~105L), 이불코스 세탁시간과 물 사용량 시험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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